고요한 귀향 조병화
이곳까지 오는 길 험했으나 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하여라
비가 내리다 개이고 개이다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다 폭설이 되고 폭설이 되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홍수가 되다 가뭄이 되고 가을 겨울이 되면서 만남과 이별이 세월이 되고 마른 눈물이 이곳이 되면서
지나 온 주막들 아련히 고향은 마냥 고요하여라
아, 어머님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8일 고독한 시인 조병화님이 이슬같은 詩語를 뿌리고, 구름같이 타계하셨습니다. 이 시는 2002년 12월에 발표한 최신작 詩입니다. 52권의 창작시집을 발표한 시인은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기신 시인으로 알려지고 있지요. 길고 고독한 인생길을 걸어서 귀향으로 생을 마감하는 마음의 준비가 느껴집니다. 숙명적인 인간의 고독을 아름다운 언어로 응축했다고 평가받는 시인은 마냥 고요한 고향에서 지금쯤 평생 그리워 했던 어머님을 만나셨을까요? |